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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24.10.11

Editor's Choice1 2024. 10. 6. 23:45

목차



    책소개

    ■독자들에게 가장 친한 문학 잡지 《릿터》, 50호 출간
    《릿터》 50호가 출간되었다. ‘생활 친화적’ 문학 잡지를 표방하며 첫발을 내디딘 지 8년 만이다. 그사이 《릿터》는 내용상 한국 문학 잡지의 전통적인 맥을 이으면서도 형식상 경쾌하고 민첩한 분위기를 갱신하며 문학 독자 저변을 확장해 왔다. 편집자들이 기획하는 잡지로서 《릿터》는 출판, 문학을 비롯한 사회문화의 다양한 주제들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시의성 있게 다루어 왔다. 노키즈존, 부동산 크리피, 커버링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 현상에서부터 정치적 올바름과 문학, 챗지피티와 문화예술, 오늘의 금기 등 문학 현장에서 요구되는 담론들까지 다채로운 질문과 응답을 통해 독자와 소통했다.

     

    국내외 작가들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다독가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는 텍스트힙의 원조라 부를 만하다. 《릿터》 독자들은 일찍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배우 박은빈, 영화 「벌새」 의 배우 김새벽,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배우 문가영이 지닌 ‘읽는 존재’로서의 품위를 《릿터》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영화감독 박찬욱, 영화배우 박정민, 예술 컬렉터 이소영 등 다양한 직업 속에서 이어지는 ‘책 이야기’는 문학의 실용성과 심미성에 대한 말이 필요 없는 자료에 다름 아니다.

     

    문학성 있는 단편소설이 발표되고 신인들의 작품이 선을 보이는 발견과 조명의 무대로도 《릿터》의 역할은 눈에 띄었다. 특히 신인 소설가의 투고 원고에 활짝 열려 있는 만큼 투고된 작품이 발표되거나 《릿터》를 통해 데뷔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등용문으로서 《릿터》의 역할 또한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발생하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도래할 변화를 기민하게 예측하는 《릿터》는 한국문학의 ‘릿’한 감각을 책임지며 독자들에게 가장 친한 문학 잡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릿터》가 뽑은 지금 가장 기대되는 창작자 30
    50호 특집은 ‘유망주 30’이다. 릿터의 주요 필자와 편집진이 지금 가장 기대되는 작가를 손꼽아 봤다. 작가에서부터 출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자가 유망주로 언급됐다. 선택은 주관적이지만 그 근거는 한결같이 논리적이다. 서른 개의 이유들을 따라가다 보면 유망주를 통해 오늘 한국 사회의 희망과 절망, 기대와 낙담의 지형도가 그려진다. 서른 개의 리스트 끝에 독자들의 유망주를 더하면 그것으로 이 특별한 리스트가 완성될 것이다.

     

    ■ 에세이 코너, 갯가재 이야기 합류
    에세이 코너에 새로운 필진이 합류했다. 계통 분류학자 황희승이 쓰는 갯가재 이야기다. 갯가재라는 낯선 존재와의 본격적인 만남에 앞서 갯자재라는 ‘특이’한 생명체를 연구하게 된 까닭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정은귀의 이번 글은 에밀리 디킨스의 시편 중에서도 잠에 대한 시를 골라 죽음과 잠의 공통 속성을 읽어 낸다. 한 행 한 행 손끝으로 짚어 가며 음미하는 시 읽기의 묘미가 극대화된 글이다. 서이제의 에세이에는 상처받은 마음에 대처하는 ‘반사 요법’이 명랑한 울분과 함께 그려진다. 이런 글을 읽고 나면 꼭 한번 따라 하게 된다.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처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다.

     

    ■ 여성문학사연구모임과 김희천 작가 인터뷰
    인터뷰 코너에서는 여성문학사연구모임과 포스트 인터넷 아트의 대표주자 김희천을 만났다.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은 지난 7월 출간된 『한국 여성문학 선집』을 둘러싼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12년 동안 지속된 프로젝트 뒤에 못다 한 말이 절반의 절반도 못 담겼을 테지만, 절반의 절반의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롭다면 그다음 이야기는 어떨지 기대하게 되는 대화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 김희천과의 인터뷰는 기술 환경에 포획된 인간의 존재 형식을 고민하는 예술가의 참고문헌과도 같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대화의 마디마디가 우리의 관심을 그의 신작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장으로 이끈다.

     

    ■ 김애란, 임선우, 권희진 단편소설
    단편소설 3편을 수록한다. 3편의 장르며 색깔이 확연하게 구분돼 독자들의 소설 감상이 더 즐거우리라 예상된다. 김애란의 「레몬케이크」는 더 이상 건강하지 않은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복잡미묘한 시선을 순간순간 절묘하게 포착해 낸다. 생각하면 서글픈 그 순간이 나만의 어둠은 아니라는 사실이 희붐한 위로의 빛을 건넨다. 임선우의 「사랑 접인 병원」은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 사랑하는 상대와 교환하여 접합 수술을 받는 세상을 그린다. 그렇게 사랑하는 시대에 여전히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누대에 걸쳐 온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권희진의 「열다섯 가지 습관」은 건강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붙들린 가운데 머릿속에 연상되는 생각들을 내버려 둔 채 진행된다. 방만한 연상과 몰두된 생각의 무게가 뒤섞이는 가운데 가벼움과 무거움, 길함과 불김함이 뒤섞인다. 물질화된 생각을 만져 보는 듯 감각적인 소설이 권희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과 시니컬한 웃음으로 독자들의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 냈던 이수희의 만화 「인형의 시대」 연재가 이번 호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독자들의 기대와 요청이 그 시간을 앞당겨 줄 것이다.